짧지만 강한 언어

[스크랩] 幻

걷는 즐거움 2007. 3. 18. 21:17

 

 

 

 

 

 

 

 

감히 묻고 싶었지요

비맞은 오월의 꽃잎이 바람에 떨구어지듯

그리도 허무하게 가는것이 사랑이냐고

이제 막 시작이었는데

외로워 여민 가슴을 마구 흔들어 놓고

아니 산산이 부수어 놓고서

당신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가버렸네요

 

 

 

 

 

 

 

 

 

 

 

 

 

그리움과 외로움은 일란성 쌍둥이 

어둠이 내리면 그들은 잠에서 깹니다

늘 그렇듯 밤새 몸을 뒤척이던 밤이었지요

달빛만이 한가득 깔린 아름다운 정원

하늬바람이 창문을 살짝 두드리는데

나는 잠자리 날개같은 팔랑이는 잠옷을 입은채로

하얀 꽃씨가 흩날리던 밤길을 나섰습니다

화단엔 피처럼 붉은 장미넝쿨들이 얽혀있고

만개한 갖가지 꽃들도 수근거리던 작은 숲길

라일락 금낭화 제비꽃 튜울립

샛노란 달빛이 토닥이며 함게 노닐고 있었지요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 꽃들의 밀어를 듣다가

진한 향기에 취해 스르르 눈이 감기고 말았는데

나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가고 있었지요

통나무같은 억센팔이 엉덩이를 휘어감고

성큼성큼 걸음을 뗄때마다 코끝에 달려들던

머언날의 기억처럼 낯설지 않던 농밀한 숨결

초경을 하고 가슴에 살이 모이던 열다섯살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 동네오빠의 등에 업혀

실개천을 건너며 마냥 부끄러웠던 추억

이젠 터질듯 부풀어 오른 가슴에 감지되던 따스한 체온

너무도 넓고 포근한 그의 등판에 뺨을 묻고는

나는 매달리듯 목을 힘껏 끌어 안았지요

 

 

 

 

 

 

 

 

 

 

 

어느틈에 우린 가로등 불빛이 살랑이며 꼬리치던

호젓한 벤취위에 가슴을 포개고 앉아 있었는데

결코 눈을 뜨지 말라는 그의 암시가 들렸지요

짙은 어둠의 그림자처럼 눈을 감아야만 나타나는 

중세의 흑기사같은 까마득한 그리움의 형체

한손엔 칼을들고 투구를 반짝이며 말을 달리는

그래서 더욱 가슴이 뛸수밖에요 

어디선가 풀벌레의 날개짓같은 소리가 들렸을때

뜨거운 입술이 뱀처럼 나를 휘감기 시작했고

허리를 감은 그의 손은 앞섶을 헤치고 있었어요

 

 

 

 

 

 

 

 

 

 

 

 

자꾸만 새의 날개처럼 팔딱이는 가슴으로는

계곡처럼 깊은 떨림의 메아리가 들어차고

온몸의 신경세포가 살갗으로 모이는가 싶더니

영혼마저 몸밖으로 튕겨나오는듯 했지요 

그가 들여마시는 호흡에 머리속은 하얘지고

누워있는 벤취는 관능의 열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요

그때쯤 아마도 나는 옹달샘처럼 젖어버려

혼자서는 일어설 수도 없게 되어버렸는데

그런데 눈이 떠지고 말았던 거예요,바보처럼

가로등 불빛이 질투를 느끼고 내눈을 부시게 한건지

사랑을 확인하려던 철없는 호기심이었는지

흑기사는 체념하듯 먼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까마득한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지요

안개같은 텅빈 눈동자만 추억으로 남겨두고

 

 

 

 

 

 

 

 

 

 

 

 

 

영원히 머물러 주기를 바랬는데

왜 사람은 슬픈 이별을 해야 하는지

세상은 사랑해야 할 시간과

울어야할 시간을 공평히 나누어 주네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든것이 너무도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뿐

참고 참았던 눈물이 이슬처럼 떨어져 구릅니다

이슬은 바람이 되고 구름도 되고

이제 막 이별을 집어든 내가슴 안에서도

차가운 비가되어 내리고 말겠지요

 

 

 

 

 

 

 

 

 

 

 



 

 

블로그를 일년 남짓 해오면서 느끼게 된건 인간사이의 관계란 결코 영속적이지 않고

불변하지도 않으며 시시각각 흔들리는 감정의 표류같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많은 애정을 지니고 글과 이미지 그리고 음악을 이곳에 올리곤 하는데

지나간 사색의 편린들은 다시 들쳐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만한 진실도 담겨있다.

400여개의 글들중에 자신의 일상을 늘어놓은 그런것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

메마르고 특징없는 반복되는 나날들을 이곳에 열거하는게 의미없게 느껴져서

인지도 모를일이다.

예전에 블로그를 통하기로 바꾸어 놓으면서 약 100여명 정도의 통하기가

되어있던 블로거들을 명단에서 삭제한 경험이 있다.

서로의 방에 전혀 오고감이 없고 감성의 교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람들끼리

통하기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이해할수 없는일이다.

블로그 초창기의 글들을 살펴보면 그때 당시 자주 와주신 분들중엔

지금도 물론 지속적인 감성의 교류를 주고받는 소중한 여러분들이 계시다.

하지만 사이버를 떠나며 이미 블로그를 삭제했거나 아니면 다른곳에 둥지를

틀었거나 했을 그런분들도 생각보다 많이 보인다.

주로 내글에 대한 댓글로 주고받던 교감들이 지금 읽어보면 참으로 정성스럽고

또한 표현의 깊이도 있으며 무척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 그들은 지금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까.

나뿐만이 아니고 일년쯤 방을 꾸려오신 분들은 가끔씩 피로감에 젖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듯하다. 그래서 가끔은 방문을 닫아걸거나 하기도 한다.

최근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벗들의 방에도 기웃거리지 못하는데

또다른 게으름의 일면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질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무엇인가에 몰두하게 하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일까.

나로선 생각의 틀이 많이 바뀌지 않고 일상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지 않는한

이렇게 가끔씩 낙서같은 글이라도 계속 끄적이고 싶은 생각이다.

어떤 목적의식이 자리잡지 않은 그래서 더욱 편안한 느낌의 글쓰기는

가끔은 살아있음의 표식도 되고 힘도 되는것이라 믿기에..

허긴 글이라고 해봐야 맨날 사랑타령 그리움 타령이니..볼것도 없겠지만..

 

 

      글 : 幻 / 내게로가는 旅行

      曲 : A time to love / Damita Jo

        
         

       


출처 : 내게로가는 旅行
글쓴이 : 내게로가는 旅行 원글보기
메모 :

'짧지만 강한 언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비의 戀書  (0) 2007.03.19
[스크랩] 낙타  (0) 2007.03.19
[스크랩] 봄 바닷가..  (0) 2007.03.18
[스크랩] 격정의 바람  (0) 2007.03.18
[스크랩] Double Trouble  (0) 2007.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