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한 언어

[스크랩] 낙타

걷는 즐거움 2007. 3. 19. 18:57

 

 


 

 

 

 

빛과 어둠은 결코 같은길을 가지 않는다

우울한 햇살과 화려한 달빛이 살을 섞지 못하듯이 
네가 한낮을 걸을때 나는 막막한 어둠에 서있다 

강물위를 부유하는 폐기물 같은 떠밀린 삶 

아니 모래바람위를 하염없이 떠도는 발없는 낙타

사막을 횡단하는 내 상처난 발길 
그 끝없이 고단한 열사의 행로를 위로하는건

등을 감싸안는 네 뜨거운 햇살이었나

어둠이 빚어지면 발은 얼음처럼 차가워지는데

밤이 지나고 나면 거친 모래위를 뚫고 솟아나는 

나를 하염없이 미치게 하는 거세의 충동

아침이면 그리도 목이 마른 나인데 
너는 까닭없이 내 시선을 외면하고


가끔은 벼락이 몰고오는 빗줄기를 본다

풀냄새 진한 청량감은 상실의 또다른 이름

그래도 그것만이 내겐 행복이었다

떨군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마른 밤길을 걸을때

정체조차 알수없는 고단함에 눈이 감기고

어느새 휘어진 등이 비틀거려 떠밀린곳은

결국 깊은 어둠의 수렁이었지 
 
길은 언제든 외롭다

곁에 누가 있어도 아무도 없어도

진정한 나의 행로를 밝혀내기 힘든것은

그저 마주선 생각의 비틀림 때문인걸 알까

내 눈썹을 뽑아 치루어진 육신의 쾌락도 언젠가는

후회스런 영혼의 학대가 되리라

 

쏟아지는 빗줄기가 등을 따갑게 내리친다

내 지껄임은 한낱 수증기같은 하품

아집에 가득한 삶이 걸쳐진 희미한 거울이 보이고

고통과 번민과 상심과 비련의 채수구를 향해

나는 오줌발을 갈기며 눈물을 흘린다

 

억겁의 세월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잔인하게 상처를 입혔던 누군가를 만난다

죄와 벌이 내몸에 젖은 모래처럼 묻어있다

뿌연 입김이 서린 얼굴을 길게 그어보면

벌레같은 꿈틀거림에 몸서리 쳐지는 자화상

이미 영혼을 잃어버린

구원 받지 못하는 사막의 낙타 그 서글픈 눈길이

고인 물위에 거품처럼 뭉쳐 나를 바라본다

사랑을 잃은 현위의 갈매기가 제홀로 흐느끼듯이 

 

 

 

 

 

 

 

 

 

 

 

 

詩 : 낙타 / 내게로가는 旅行

曲 : The Messiah will come again / Roy Buchanan

 

 



 

 

  

출처 : 내게로가는 旅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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