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한 언어

[스크랩] 비극

걷는 즐거움 2007. 2. 12. 10:00

 

 

 

 

 

 

 

 

시간은 무한의 경계를 지난다. 빛의 속도로 내려앉은 명료한 의식의 근원. 유클리드의

위상공간처럼 시공을 초월하여 그에게 문득 주어진 삶. 언제부터인가 그는 흐트러진

세상속에 구겨진 휴지처럼 파묻혔다가 차갑게 면벽한 고독안으로 부활하곤 했다.

까마득한 기억속 수십억의 정자속을 뚫고 生이란 이름으로 착상된 외로운 존재.

하지만 어느 무렵이었던가. 신의 선물처럼 회피가 불가능한 고독이 자신에게로 화살을

날렸을때. 그것이 숨죽인 영혼을 향한 신의 지극한 애정임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숙명으로 잉태되고 어쩌면 선지자의 예언처럼, 언젠가 그의 묘비명에 가로 새겨질

최후의 언어가 시간의 경계를 초월하는 生의 본질임을, 그리하여 비극으로 충만된 황홀임을

알았더라면, 한때 철없이 몰입했던 순간의 쾌락이 결국은 연옥의 고통임을, 허튼 生의

증거임을 그는 고승의 죽비를 맞은듯 홀연히 깨달았으리라.

하지만 그에게도 신이 남모르게 부여한 후회없을 시간이, 유년의 기억이 분명 존재했다.

아아, 사랑을 모르던 시절은 얼마나 순수했던가. 그것은 비극의 응시를 외면한 행복이었다.

하지만 광기로 가득한 사랑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야기된 집착이, 뜻모를 갈증에 허덕이던

메마른 입술과 꺼져가는 촛불같던 안타까움이 온통 의식을 흔들어대던 그런 시간의 흐름속에

그는 차츰 절망을 배웠다. 그리고 슬프게도 진정한 고독의 상처는 결코 가벼운 인간의 사랑으로 

치유되지 않았다. 자신의 혼돈이, 사랑에 대한, 삶에 대한 착각이 차마 극복되지 않는 절망이며

이유없는 일상의 거부만을 야기할때, 이별의 아픈 기억이 점이었다가 선이었다가

주어진 시간을 거의 다 써버린 모래시계처럼 텅빈 안타까움으로 남겨질때, 베갯머리에서

두 귀를 쓰다듬던 심장의 박동소리조차 타인의 것인양 ,식어버린 가슴에선 결코 아무런 울림도

들려오지 않았을때, 아아 그때 그는 왜 그리 신념처럼 生이란 비극이라 느끼고야 말았던가.

절망, 그 지극한 삶의 본질은 시간의 경계를 벗어난 황혼의 부엉이처럼 피안의 지표로 남았다.

단언하건대, 자신의 폐허를 딛고자 하는 인간은 실로 완벽하게 절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의 언어가, 붉은 피를 머금었던 혀속의 돌기가 어느 순간 세상에 굴복하고 비겁함으로 

탈색되어 참을수 없을 만큼의 굴욕으로 그를 미치게 만들때, 그에겐 드디어 완벽한 절망이

엄습하겠지. 이제 그는 저급하게 나풀거리던 혀의 돌기세포 하나하나에 대못질을 하리라.

그리고 사신처럼 파리해진 육신이 쓸쓸한 겨울 들판에 버려지고 야생의 독수리밥이 되려할때,

예리한 칼을 품고 쓰러져 누웠던 그는 절망 그 자체로 일어서 다시 기적처럼 부활하리라.

 

 

 
 
 
 
曲 : Misery / Greenday
 
 

 
출처 : 내게로가는 旅行
글쓴이 : 네게로가는 여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