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한 언어

[스크랩] 선천성 그리움

걷는 즐거움 2007. 3. 17. 23:39

 

 

 

 

 

내가 기억하는 사랑이란 이름은

거미줄에 엮여 죽어가던 나비의 꿈처럼

그저 서글프고 쓸쓸한 몽환의 유희였어

 

 

 

 

 

 

 

 

 

 

어느 봄날 한 여자가 꿈을 꾸고 있었어

감은 눈가에 짙게 드리워진 마스카라의 그늘

농염한 퍼플의 색조로 무장된 젖은 입술

나는 아지랑이처럼 봄볕을 거닐다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미치도록 상큼하고 진한 꽃향기에

담장을 넘어 그녀의 방에 숨어들었는데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은 타오르는 꽃술같았고

숨가쁜 정념의 순간만을 추억하다가 잠이 든듯

그녀의 탐스러운 젖가슴도 반쯤은 열려있었지

 

 

 

 

 

 

 

 

 

사랑은 초대하지 않아도 결국 찾아오는것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이 뿌려대는 향기

살아있는 것들만이 부여하는 그 벅찬 생의 질감이

그녀의 가슴에서 꿀처럼 흘러 내리고 있었어

그리하여 자신이 결국 터질듯한 꽃술인것처럼

온몸으로 유혹의 향기을 피우며 잠이들어 버린것일까

 

 

 

 

 

 

 

 

 

하지만 사랑을 나누는것이 나는 두려웠어

내가 기억하는 또다른 사랑이란 이름은

그것이 실재하는 곳에서 가끔 목격되는 평화였지만

사랑의 뒷편에는 언제든 집착과 이별이 한숨을 내쉬거든

그렇다고 그들이 떠나간 사랑에게 죄를 물을까
사랑은 보고 듣고 말하는것 조차 한곳으로만 향해야 하는

우울한 집착으로의 회귀이기에 위태롭고 두려운것

 

 

 

 

 

 

 

 

 

그녀의 슬픈 미소가 암시하는 선천성 그리움은

언제든 피가 뜨거워지는 열병을 낳곤 하겠지

만약 그것조차 사랑이라 말한다면 사랑은 외로움이지

향기로 잠이 들어버린 그녀도 결국 외로웠던거야

한순간 정념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바닷가엔

저무는 노을아래 힘없이 스러진 모래성이 녹아들고

꽃술처럼 벌어진 그녀의 붉게 젖은 입술만이

떨림으로 가득한  또다른 기다림을 꿈꾸고 있겠지 

 

 

 

 

 

 

 

 

 

 

 

 

사랑과 포옹을 주제로 중세 그리스및 이집트에서 유행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Irina 의 작품에는 사랑을 통한 안식과 평화를 염원하는

행복에 겨운듯한 여인들의 표정이 독특하게 묘사되어 있어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또한 강렬한 색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수없는 관능미는 유혹 그 자체인듯 하다.

어찌 그리 꿈꾸는듯한 여인의 표정을 현실감있게 담을수 있는것인지...  

 

 

 

 

 

 
詩 : 선천성 그리움 / 내게로가는 旅行
畵 : Irina
 

 
 
 
 
흐르는 曲..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 George Mich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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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게로가는 旅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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