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크랩] 커피와 담배

걷는 즐거움 2007. 9. 4. 23:16
 

 

 

 

 

 

#1.

 

구월이다. 며칠간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빗줄기를 타고 서늘한 바람도 불어와서

문득 가을이 곁에 와 있음이 느껴진다. 따가운 여름 햇살 아래 지치지 않고 왱왱대던

매미들의 울음소리도 차츰 멀어져 간다. 고속 도로를 타고 길게 이어진 기차길 옆에는 

아직 푸른 들풀 사이를 헤치고 여린 코스모스가 자라나는 모습이 보인다.

가을은 이제 우리들 생각이나 느낌의 속도보다 빠르게 깊어 갈 것이다.

늘 변함없는 일상을 묵묵히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처럼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허전함에 젖어든다. 만월의 계절이며 축복을 향한 수확의 열매가 가득할

가을이 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인지. 그것은 인생의 황혼을 연상시키는 때문인가.

가을을 생각하면 길가에 구르는 낙엽이 떠올려 진다. 한철 자신에게 주어진 잎으로서의 생을 다하고

기나긴 겨울을 견뎌내야 하는 나무를 위해 잎들은 떨어져 거름이 된다.

 

 

 

#2.

 

새벽 출근을 하는 길이면 제일 먼저 커피가 생각난다. 편의점에 들러 진열대에 비치된

몇가지의 일회용 커피들을 둘러 본다. 달콤한 모카. 부드러운 카푸치노. 매혹적인 향의 헤이즐넛.

진한 에스프레소를 지나쳐 내 손은 푸른 팩에 담겨있는 블루마운틴을 집어든다. 

팩에 들어있는 커피를 꺼내어 코끝에 대고 향을 맡는다.

부드럽다. 뭐라 말할수 없는 블루 마운틴 특유의 원시적이며 분위기 짙은 향이 코끝에 퍼진다.

커다란 종이컵에 커피를 넣고 물을 부으면 맑고 투명한 자주의 빛을 지닌 커피가 태어난다. 

인공 첨가물이 배제된 순수의 향을 지닌 커피는 원두가 자라났을 머나먼 자마이카의 산기슭을 떠올리게 한다.

입술을 대고 한모금 마시며 참지 못하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부드럽게 혀에 닿는 매끄러움과 마치 가을꽃 향기와 같은 은은한 커피 내음속으로 담배향이 파고 든다.

 

 

 

#3.

 

일상을 엮어가면서 내가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업무상 여러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만나는 자리는 의례 라운지나 커피�이다.

그 자리에는 늘 커피가 있고 더우기 나처럼 애연가 들에게는 담배가 빠지지 않는다.

커피나 담배에 대한 욕구가 식욕이나 성욕처럼 적극적인 쾌락을 위한 매개체는 결코 아니지만

때로는 마치 숨쉴때 필요한 공기와도 같이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 습관처럼 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나서 정작 커피가 떨어진걸 알게 되었을때

혹은 조간신문을 들고 화장실엘 갈때 담배가 남아있지 않다는걸 알았을 때의 당혹감은 깊다.

긴긴 세월 중독된 자만이 느낄수 있는 그 상실감은 물가에 던져진 물고기가 뱉어내는 갈증과도 같다.

 

 

 

#4.

 

커피와 담배라는 친근한 객체를 빌려 인간 관계의 허망함이나 소통의 오류와 단절을 표현한 

2003년도에 만들어진 짐 자무시 감독의 연작 영화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 흰색의 테이블이 놓여있고 

테이블 위에는 늘 검은 색의 커피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재털이와 담배도 빠지지 않는다. 

모노톤의 흑백 스크린은 시간과 공간의 여백 사이로 끊임없이 시도되는, 사람들 사이의 무의미 하며

방향성 잃은 대화를 은유적으로 강조한다. 카메라의 앵글은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사뭇 냉소적인

사람들의 시선과 느낌을 따라간다. 진정한 대화는 끊임없이 상대의 눈빛을 마주 보아야 하는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빛이 직선으로 마주치는 것을 회피한다. 나름의 아집에 갇혀 타인에 대한 정신의

보호막을 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열린 마음의 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 영화는 잘 짚어내고 있다.

 

어쨌든 그러한 냉소적인 시선 보다는 가슴이 덥혀질 만큼 따스한 눈길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다가온다.

님들은 무슨 커피를 (혹은 담배를) 좋아 하시는지..^^;; 

 

 

 

 

Black coffee, blue mornin'
toast is burnin' and the rain keeps pourin'
bad feeling i'm losing you
black coffee, green envy
jealous of the way that you used to love me
bad feeling i'm losing you
I don't know if i can live without you
i don't know if i can understand it
don't know if i can, know if i can
if i could only think of one good reason
to make this crazy love affair worth leaving
oh, you know that i would, you know that i would
Black coffee, red warning
no good news in the news this morning
bad feeling i'm losing you
I don't know if i can live without you
i don't know if i can understand it
don't know if i can, know if i can
if i could only think of one good reason
to make this crazy love affair worth leaving
oh, you know that i would, you know that i would
Black coffee, blue mornin'
toast is burnin' and the rain keeps pourin'
bad feeling i'm losing you
I got this bad feeling i'm losing you
Black coffee, blue blue feeling...

 

曲 : Black Coffee / Lacy J. Dalton

 

 



 

출처 : 내게로가는 旅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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