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크랩] 짚시의 소울

걷는 즐거움 2007. 7. 5. 20:51

 


 

 


 

 

 

 

 

늦은기상을 하여 천천히 샤워를 마치고나니 다시 피로감이 몰려온다.

잠시 침대에 몸을 눕히고 누가 갖다 붙였는지 '집시의 소울'이라는 제목의

연주곡 모음를 찾아 듣는데 소울보다는 플라멩고에 가까운 경쾌한 음악이다.

 

축구를 보며 어젯밤 늦게까지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머리가 맑지 않고 조금 무겁다.

커튼을 제치고 창밖을 내려다보니 온통 초록의 침엽수로 우거진 작은 동산이 있고

놓여진 몇개의 벤취옆에서 아침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이름모를 새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무척이나 싱그럽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도시의 어느곳에서든 나무가 많다는건 축복받을 일이다. 피톤치트인가 나무들이

뿜어대는 그 푸르른 산소가 섞인 맑은 공기가 그리워 입을 최대한 크게벌리고

숨을 깊게 들이쉰다.

술이 깨지 않을때 주독을 빨리 푼다거나 피로를 회복하는 일에는 무엇보다도

산소가 가장 좋은 치료제며 해독제가 된다.

예전에 가끔 공군출신 파일럿들이 비행 전날밤에 마신 술을 말끔히 깨려고

기내에 비치된 비상용 산소를 들이마시는것도 본 기억이 나는데 그만큼 산소는

몸속 혈액에 흐르는 노폐물을 빠르게 깔끔히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람도 그처럼 남에게 생동감과 휴식과 청량감을 안겨주는 산소와도 같은

성격과 인품을 지니고 산다면 좋으리.

 

 

 

 


 

 

 

 

잠시 짚시분위기의 음악을 듣다보니 자신이 분명 한곳에 정착하여 삶을 일구던

농경민족의 후예이면서도 한곳에 결코 머무르지 못하고 푸른 초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유랑생활을 하던 유목민의 피가 어딘가에 흐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된다.

사색이든 상념이든 생각이 짙어가면 뇌리속은 온갖 잡생각으로 터질듯하고

그리하여 가끔은 자신의 두개골을 절개하여 그단면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直思의 단초를 들여다 보고 반성하고 싶어진다. 

세상에는 분명 방랑자처럼 혹은 떠돌이 등짐장사처럼 끊임없는 유랑을 자신의

숙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그런 사람도 많이 존재하리라.

한곳에 심지를 콱 박고 살건 세상 곳곳을 떠돌아 다니건 그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맥심 커피를 한잔타서 후루룩 마시며 담배를 한대 빼어문다.

늘 같은 일상 같은 자리 반복되는 행위가 많이도 지겹지만 이미 자신은

무엇이든 받아들임에 익숙할 나이가 되었다.

지금 피우고 있는 수십가지 해악을 지닌 담배란 조금전 들여마신 맑은공기에 대한

철저한 배신이겠지만

인간에 대한 무분별한 신뢰로 삶이 유린당하고 응징당하는 과정이 또한 이와 비슷하다.

회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나신이 비친 거울을 보면서 그나마 요즘 운동을 해서

배가 좀 들어간듯하여 씨익 웃는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옛직장 선배와 점심약속이 되어있고 저녁에는 서울에서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예정 되어있다.

사실 누구보다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나지만 어젯밤처럼 흔히 말하듯 정도를 넘어선

광란의 밤이 지나고나면 진한 허탈감이 잊지않고 찾아온다.

욕망의 분화구를 향해 달려드는 나방같은 존재들의 미친듯한 갈구와 그틈에 섞여

술이 잔뜩 취해 휘청거리는 자신의 육체는 생각보다 제어하기 힘들다.

하지만 간혹 들이마신 술이 임계량을 넘어섰을때 문득 싸늘하고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때는 마치 내안의 깊고도 깊은곳에 잠들어있던 영혼이

찬물을 뒤집어 쓰고 깨어 나는것만 같다.

영혼까지 완벽히 적시지 못하는 알콜의 한계성을 실감하게 되는 그 느낌 이후에는

아무리 술이 더 들어가도 점점 더 정신은 맑아지고 또렷해 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된다. 물론 그 느낌은 분명 착각일것이다.

하지만 육신과 별개의 존재인 영혼이 있어 우주의 한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는듯한 

마치 구름위의 산책같은 기막힌 형이상학적 황홀감은 술이 깨고 나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술꾼들은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오늘밤은 그 경지에까지 갈 생각은 없다. 간단히 끝내야지

지금은 홍대앞인데 잠시 시간이 남아 이리 주절주절....^^*

 

 

....

 

 

 

그날밤 열명정도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남자와 여자의 성별은 반반 정도이고

늙은 총각이 하나 혼기를 놓친 처녀가 하나씩 끼어있었다.

워낙 오래전부터 알고지내다 보니 무슨 연애감정이 생긴다거나 할 사이는 전혀

아닌듯 한 사람들. 허나 사람일이란 속을 들여다 보기전에는 알수없지..

홍대앞의 일본풍의 표전 음식점에서 만남을 가졌는데 요즘은 거의가 그런식이다.

젊은이들의 갖가지 취향은 퓨전이 아니면 맞출수가 없는 모양인데 맛은 있었다.

어쨌든 한때는 한직장에 몸담았었지만 이제 각자의 길을 가고있는 사람들끼리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하면서 술을 마시다가 음악얘기가 나와서는

그중의 한명이 2차로 우리를 데리고간 곳은 30대이상 출입이 가능한 지하카페.

LP판만 3만장가량 구비하고 있다는 그곳에서 간만에 지지직거리는 바늘소리와

섞인 추억의 음악들을 접할수 있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졌다.

그곳의 안내문에 이런게 적혀 있었는데 - 20대 출입금지 이유는 30-50대와의

음악적 취향의 판이함과 더불어 술취한 20대들의 싸가지 문제로 소란 발생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여 분위기 아늑한 휴식의 공간을 지향하고자 함  주인백 -

홍대앞엔 사실 30대 이상의 사람들이 갈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나저나 집시의 소울 음악들이 회사에서는 들리는데 집에서는 안들리고 있어

하늘로가는 마지막 열차로 대체함.. -_-;  

 

 

 

 

 

흐르는 연주곡들..

 

Rattle and Burn - Jesse Cook
Luna de Fiesta - Jose Luis Encinas
Heat of the Sun - Strunz & Farah
Obsession Confession - Slash
Driving 2 Madrid (B4 the Storm) - Ottmar Liebert
Fire and Fury (Fuego y Furia) - Oscar Lopez
Zyryab - Paco DeLucia
Mi Amor - Armik
Gloria Bendita - Chuscales
Mi Carmen - Miguel De La Bastide
Duende - Bozzio Levin Stevens
Ritmos de Valarta - Benedetti & Svoboda
Malaguena - Ruben Romero
Mediterranean Sundance - Al DiMeola







Le Dernier Train De Les Pase(하늘로 가는 마지막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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