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마모에/ 사카모토 준지 감독

걷는 즐거움 2007. 7. 10. 19:02

엊그저께부터 작은 딸아이가 나의 휴무가 언제냐고 물으면서 그날은 아무 약속도 하지 말고 자기한테 연락을 하라고한다.

엄마에게 보여줄 영화가 있다면서...궁금하여 무슨 영화인데? 하니  엄마처럼 바람피우고 싶어하는 아줌마의 이야기란다.ㅎㅎ

난 그만 웃음도 나고...사실 요즘 흐트러진 나의 모습에 아이들이 적잖이 불안해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지 7월9일 월요일...나의 7일중에서 가장 자유스러운 날을 맞이하여 작은얘하고 서울엘 갔다.

아이의 진담반 농담반스런 영화의 정보만을 갔고 극장에 도착했는데 제목이 다마모에...그 뜻은 육체는 늙어가지만 영혼은 점점 불타오른다는 요즘 신세대어란다.

도시코라는 여주인공의 단아한 모습에서 나는 단박에 우리나라 탈랜트 김혜자여사를 떠올렸다.

그 얼굴 그모습만으로도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모성애를 자극시키는 현명한 아내요 어진 어머니의 자화상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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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코여인은 59세의 평범한 주부로서 가정을 가꾸고 이끌어가는 일상사가 펼쳐진다.

아침 설겆이를 부지런히 마치고 커튼을 걷어치며 모닝차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아침 드라마를 보는....

별탈없이 흘러가는 시간속에 어느날 남편은 퇴직을 하게 되고 퇴직 기념회로 집에서 간단한 파티를 연다.

부부는 그저 그런 우리네 중년 부부간에 있을수 있는 농밀한 대화는 단절된 극히 사무적인 아니 거의 실어병에 걸린 사람들처럼 대면 대면하게 저녁을 맞이한다.

그리고 다음날 남편은 주방에 쓰러진채 숨을 거두고....남편에게 심장병이 있었던을 몰랐던 도시코여인은 시댁식구들의 비난에 죄의식을 갖고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남편의 양복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린다.

"....의 아내입니다."

"............"

".....돌아가셨어요. 모르고 계셨군요.실례지만 누구신지?.."

" ....저..회사사람인데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이만, 끊을께요."

순간, 여인은 석연찮은 느낌을 받고...다른 문상객의 방문을 통하여 매주 목요일마다 메밀국수 강의 받으러 간다고 했던 남편의 거짓말이 들통이 나면서 여인은 심한 배신감에 몸을 떨어야했다.

남편은 적지 않은 10년이란 세월동안 아내를 감쪽같이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있었던 것이다.

여인은 그동안 남편을 차지하고 살아온 그 여자가 몹시 궁금하여 그 여자를 문상하러 오라고 초대를 한다.

그리고 그여인에게 혹여 뒤질세라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여자를 맞이하는데.....그여자는 상상했던 미모의 젊은 여자가 아닌 자기하고 거의 같은 연배의 늙으막한 여자인것에 다시한번 더 충격을 받는다.

 

자식은 미국가서 결혼하여 아이들까지 낳아놓고는 근7~8년동안 소식도 없이 살다가 이제 나타나서 아버지 재산을 달라고 하며 어머니를 늙은이 취급을 하고....

간간이 양념으로 나타나는 중고등학교 동창들의 위로와 격려에 위로를 받지만......이내 여인은 심한 자괴감에 빠져 일탈을 감행하게 되는데.....하지만 일탈을 꿈꾸기에도 현실적으로는 너무 많은 세월을 안고 있기에 쉽지는 않다.남편 추모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서는길에 여인의 상심한 마음을 비집고 나타난 중늙은이의 수작으로 여인은 대책없이 허물어지지만 그것도 사랑이라고 소녀처럼 마냥 들떠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것처럼 자신을 변신시키고자 하지만 ...역시 마음은 소녀지만 육체는 저물어가는 석양과도 같아 세상사람들이 인정을 하지 않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느날 홀로 영화를 보면서 영사기를 돌리는 젊은 여인의 하얀 장갑에 매료되어 영사기를 돌리는 사람이 되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드디어  블루브라우스에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영사기를 돌리며 영화는 앤딩으로 끝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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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생각을 해본다.

영화의 설정은 죽은 남편의 살아 생전의 불륜에 철저히 배신당한 소외감으로

59세의 여인이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혹 남편이 죽지 않았거나 혹 돌연히 죽음을 맞이했어도 바람을 피운 흔적이 없었다면 도시코여인은 여전히 남편의 영정에 향을 피우고 애도하는 착한 주부에 만족했을까?

 

우리 중년부부전선에 이상이 없는지? 아니, 없다면 100%거짓말이다.

영화중 내연녀가 부인에게 내뱉은 절규가 있다.

모르는것도 죄에욧~~!!

나의 아내, 나의 남편은 이미 가족의 의미에 포함되었지 그속에 내여자 혹은 내남자라는 가슴떨리는 애정과 다른 이성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이 남아있는가?

 30~40년을 함께 살아온 내공이 있겠지만 과연 부부는 어떤 관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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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 아홉
그 여자
영혼이 출중한 사내하고 바람이 나고 싶었지

마흔 아홉에 바람이 나고 싶어
숨어 안달이 났지 안달이 나서
밤이나 낮이나 수수밭 이랑으로 내 달렸지

떫은 땡감마저 꿀처럼 삭일 무렴한 나이
늦바람이 첫 바람처럼 나서
열아홉의 여린 순정과
서른아홉의 붉은 정염을 꾸어다 바치고 싶었지

마흔 아홉으로 열아홉 순정을 꿈꾸고
서른아홉 정염을 回憶하다가
기어이 몸져누웠지

꿈만 꾸다가,
回憶만 하다가,
홀로 혼쭐만 나다가
마른 꽃처럼 몸져누워

쉰아홉까지 아니면 일흔 아홉까지
오래 오래 그림자로 앓아눕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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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미상의 '헛몸살' 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왜 여태껏 잘 다듬어온 제살을 남의 살에 대어주고 싶은걸까?

40넘어서부터 여성성을 잃는다는  불안과 압박에 대한 몸부림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낯설기만 했던 40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에 여자는 아연할 수밖에

....그래서 몸을 불사르고 싶은 거겠지.

마지막으로 자기를 위해 용광로에 뛰어들어 스스로 불이 되기를 바라는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