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랩] 異色영화 이야기-`화양연화(花樣年華)

걷는 즐거움 2007. 2. 21. 08:40

'배우자의 불륜…분노·배신감 삭이는 단상'

 

결혼 10년차인 김여사의 기상시간은 오전 6시다. 귀가시간이 항상 밤 12시 땡인 남편과 초등학교 1학년 딸은 아직 꿈나라. 간단하게 얼굴을 매만진 김여사는 조깅복으로 갈아입고 분당 탄천로를 뛴다.

10분쯤 달리던 김여사는 갑자기 방향을 바꿔 전철역 근처에 도착한 후 주변을 확인한 다음 모텔촌으로 들어선다. 주차장에 낯익은 차가 보인다. 룸 넘버를 확인한 김여사는 묶었던 머리를 풀어 내린다. 그녀의 연인이 긴 머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흠뻑 땀을 흘린 김여사는 날듯한 기분으로 룰루랄라~ 휘바람을 불며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선 샤워를 하고 태연하게 아침 준비를 한다. 오전 6시에서 7시까지가 바람 피우기에 제일 좋은 시간이라더니 과연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새벽 밀애다.

그녀의 연인은 배불뚝이 동갑내기에 전형적인 속물이다. 평소라면 단 1분도 같이 앉아 있기 싫은 타입이지만 무슨 조화인지 속궁합만은 기가 막히게 잘 맞는 편이라 벌써 두 달째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조물주가 참 신통하기 그지없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한 ‘화양연화’는 각자의 배우자가 자신들 몰래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년남녀의 이야기다. 배우자의 불륜을 알아채가는 과정,그리고 그 분노와 배신감을 삭이는 단상들이 감미로운 탱고 선율을 따라 담배 연기처럼 흐른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중년의 '숨겨진 사랑'이라는 또 한면의 사랑이야기를 다루면서 불륜과 외설과 음란이 잠입할 수 있는 나머지 한 면을 숨겨버렸다. 언제나처럼 오고가던 두 사람의 공간에서 마치 정사 후 옷깃을 여미는 장면 같은, 그리고 불륜의 순간을 덮어두는 불안한 감정의 교차를 느끼게 만든다.

영화의 진행속도는 느리다. 그러나 그 완만함은 고속의 엑스터시를 압도한다.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내내 관객은 마지막 선을 앞에 두고 몇 번씩 도돌이표를 찍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타들어가는 심정이 된다. 둘은 호텔까지 가지만 결국 되돌아 나온다. 복수보다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어진 까닭이다.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여자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 혹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뜻한다. 여러분들께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화양연화(花樣年華)'이던 때가 있었던가요? 만약 있었다면 그 때는 어느 시기이던가요? 20대, 30대, 40대, 50대 중 어느 때이던가요?

출처 : 無相의 世上萬事 塞翁之馬
글쓴이 : 無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