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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34년 사장 태운 운전사

걷는 즐거움 2007. 2. 11. 05:46
한국지멘스에서 33년간 사장 차를 몬 김영환(左)씨와 조셉 마일링거 사장.
67세의 회사원이 있다. 정년이 없는 임원이 아니요, 사장 차량 운전 기사인데도 그렇다. 그것도 성과 중심주의인 외국계 회사 소속이다.

'사오정(45세가 사실상 정년)' '삼팔선(직장에서 38세를 넘기 힘들다)'이라는 말이 예사로 들리고, 그래서 젊은이들이 공무원.교사 등 안정된 직장만 찾는 요즘 세태에선 좀체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다.

독일계 전자.의료기기.발전장비 업체인 한국지멘스의 김영환씨가 그 주인공. 34년 전인 1973년 지멘스 업무용 차량 운전 기사로 입사해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외국인 사장의 차량 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해군에서 운전을 배워 미군 장교(고문관) 차량을 몰았다. 그때 영어도 익혔다. 제대 후엔 개인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69년 친구 소개로 독일 지멘스 본사에서 한국에 온 전화교환기 기술자 차를 운전하게 됐다. 그리고 4년 뒤 한국을 떠나게 된 그 기술자는 한국지멘스에 김씨를 소개했고, 이렇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98년 정년(58세)을 맞은 이후엔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안정된 직장을 만들어 주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성실함'이 뭐냐니 "뭐, 일찍 일어나 사장님 댁으로 가서 출근 차량을 운전하는 데 30여 년간 한 번도 지각하지 않은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는 휴가 때도 근무 요청이 오면 군말 없이 일을 했다. 또 운전기사로서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늘 노력했다.

외부 손님을 공항에서 호텔까지 태워주고 혼자 회사로 돌아갈 때면 서울의 골목을 누비며 길을 머릿속에 새겨놨다. 교통이 혼잡할 때 샛길로 빠져 사장이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003~2004년 사장을 지낸 조셉 윈터는 그런 김씨를 "머릿속에 완벽한 서울 지도를 넣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사장이 호텔 등에서 회의를 할 때면 끝나는 시간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다 사장이 나오면 바로 다음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윈터 사장은 2004년 말 이임식 때 "미스터 김 덕에 고객과의 만남에 단 한 번도, 단 1분도 늦지 않았다"며 김씨를 단상으로 불러 올려 꽃다발을 선사했다.

시간과 약속을 중시하는 독일인으로서,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게 도와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전임 홀스트 카이서 사장(2005년 1월~2006년 6월 재임)도 이임식 때 똑같은 이유로 김씨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한국지멘스 사장들은 한국을 떠나며 한결같이 후임자에게 김씨를 "성실하고 철저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며 추천했다. 그래서 사장은 바뀌어도 김씨는 34년 가까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년을 10년 가까이 넘긴 김씨. 그는 "앞으로도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동안은 성실하게 일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synnage
글쓴이 : 신나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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