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여행

지리산 종주 둘째날... (5월 21일 월요일)

걷는 즐거움 2012. 5. 27. 19:18

 

종주 둘째날은 좀 여유가 있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서 밥을 해먹고 소금물로 대충 헹구어내고 물휴지로 닦아낸 얼굴에 선크림 바르고 무거운 베낭을 짊어지고 다시

고행의 길에 들어선다.

둘째날의 목표점은 장터목 대피소이다.

선비샘으로 유명한 칠선봉을 지나서 세석 대피소에 들려서 점심을 해먹기로 했다.

곳곳에서 내려다 보는 지리산의 절경과 풍광은 작은 가슴으로는 담아낼수 없는 벅찬 감동을 자아낸다.

세석대피소 까지는 그런데로 평이한 능선길이다.

세석 대피소로 내려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밥을 해먹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도 버너,코펠을 꺼내어서 라면에 누룽지에 이것 저것 챙겨서 배를 채운후에 다시 장터목으로 향한다.

세석 대피소에서 장터목까지는 약 4시간거리쯤은 되는듯하다.

철쭉꽃으로 유명한 세석 평전이 있지만 이미 거의 다 지고 몇몇 나무에만 어여뿐 꽃들이 달려있다.

 높은 산중에 있어서 그런지 꽃잎이 더없이  맑고 투명하고 부드러운 모양이다.

 

세석평전을 지나서 바위 능선에 올라서 사진을 몇방 찍고 내려오는데 무릎 안쪽이 좋지 않은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시작되었다.

연하봉을 지나서 장터목까지는 능선길이 평이하여 힘들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다리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세석에서 같이 출발한 일행들과 점점 간격이 벌어지고 있다.

점점 뒤에 오는 사람들을 앞세우고 뒤로 쳐질 무렵에 반대로 내려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학교에서 단체로 온 모양인데 일반 인문계학생들 같지는 않고.....대안학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선생님들이 인솔하여 남학생들과 간간이 여학생 몇몇이 보인다.

참으로 멋진 선생님과 학생들 아닌가?

마음으로 모든 학생들이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여서 자신을  책임질줄 아는 의연한 대한의 젊은이로 성장하기를 바래본다.

 

남자 혼자서 나무 끝까지 닿을 베낭을 지고 오는 사람, 또는 부부가 오는 팀, 우리처럼 회사 동료와 친구 또는 형제끼리 오는 사람들을 마주 친다.

특별히 감동스러운것은 부자지간, 부녀지간인데 자녀들이 초등학생인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대견하고 이쁘지 않을 수가없다.

어렸을때부터 아빠와 함께 지리하고 힘든....종주 산행을 하는 어린이라면 세상을 참으로 멋지게 살지 않을까?

또한 함께 동행하면서 삶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 아빠 밑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라면 미래가 밝지 않을까?

................모두가 참으로 멋진 사람들이다.

 

종주 산행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세상 시름 다 내려놓고 오직 자신 내면의 세계에 빠져서 자신을 솔직하게 들여다 보고 자신을 공정한 입장에서 평가하고...

짧지 않은 시간을 묵묵히 걸으면서 자신과 깊은 대화를 하면서 진정한 자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더 없이 귀한 시간을 얻게 된다.

모든 산행이 그렇지만 특별히 종주  산행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수있다.

일단,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포기할수 없는 상황인것이다.

 

다리가 아프다 보니 속도를 낼수가 없다.

연하봉에서 장터목까지는 0.8km 남았다고 이정표를 확인했지만 그 0.8km가 까마득하기만 하다.

어제 벽소령 들어 갈 때처럼 또 그렇게 저녁이 다 되어서 도착이 될것같다.

오른쪽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걸으려니 더욱 더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마주 오는 어떤 젊은 아저씨가 혹시 다리 아픈 여자분 못봤냐고 묻길래..".제가 다리 아픈 사람인데요"

했지만 그 사람은 자기 일행중 나처럼 처진 사람을 찾아 온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뒤쳐져 있었기에 내 뒤에 오는 여자는 없었다.

걱정이 되었다.

'나보다 더 힘들게 오는 사람이 있구나.' ...

결국 장터목이 목전에 보인다.

지금까지 거쳐온 대피소중에서 마지막이면서 가장 큰 대피소이다.

앞이 훤하게 마당처럼 넓고 사람들이 움직임의 폭이 넓게 했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이곳에서 물물교환을 하는 그야 말로 장터였단다.

그런데 어떻게 이 높은 곳에 시장이 형성되었을까?

사람들이 이 높은 지대에서 마을을 형성하면서 살았다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들어가자 마자 이층에 올라가서  예약 확인하고  내려와서 저녁 밥을 해먹는다.

워낙에 높은 지대이다 보니 꽤 추워진다.

잠바를 꺼내어서 입고 식사를 하는데 일몰이 지기 시작했다.

너무도 아름다운 석양이건만 사진에 담으려니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구름속으로 사라졌다.나타났다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사라지는 일몰의 장관을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아이폰과 카메라를 번갈아

바꾸면서 집중하여 눌러댄다.

날이 어둑 어둑해진다.

다리가 좀 가라 앉는듯 하더니 다시 통증이 시작된다.

남몰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새벽2시 30분에 기상하여서 3시30분에는 장터목을 나와야 하는데 갈수 있을지....

일출을 봐야한다는 욕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같이 온 혜승,경희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과 나이 오십 넘으면서 한계에 부딛쳤다는

생각, 또 가족들.....무리한 계획과 과욕으로 다리가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모포를 받아서 자리에 깔고 누웠다.

스포츠 맛사지 크림과 뿌리는 근육이완제 파스를 듬뿍 뿌리고 열심히 주물렀다.

혜승이왈.." 언니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냥 가자. 일출 안보면 어떠나"....

그러나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어차피 천왕봉 올랐다가 중산리로 내려 갈거니까  나는 일출 못보더라도 올라가야 한다. 그러니 너희 둘은 먼저 올라가서 일출봐라 이렇게 의논을 하고 있는데 옆에 누워있던 젊은 아가씨와 아줌마가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많이 아프면 소염제 있는데 줄까요? 한다. 너무반갑고 고마왔다.새벽이 되면 날씨가 한겨울처럼 춥다고 한다.

그러니 바지도 웃도리도 있는데로 껴입고 나서야 하기에 우리는 미리 한겹씩 입고 잠자리에 들었다.(옷입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밤 9시되니 어김없이 소등이 된다.

모두가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에 두말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나는 다리가 아파서 그런건지. 약을 먹어서 그런건지, 걱정이 되어서 그런건지....잠이 오지 않는다.

실내는 사람들의 체온도 있고 방풍도 되어 있어서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밖에는 모진 바람이 일고 있다.

바람 소리만으로도 밖이 얼마나 추운지 알것같다.

강하고 무섭게 바람이 불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