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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문제>는 부버 철학을 대표하는 책 가운데 하나지만, 그를 서양 철학계의 샛별로 띄어올린 것은 그보다 20년 전에 펴낸 <나와 너>였다. 독일어 원서로 100쪽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그는 이 책을 쓰는 데 꼬박 6년을 바쳤다. 그만큼 문장의 밀도가 높고 사유의 심도가 깊다. 책의 첫 부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태도는 그가 말할 수 있는 근원어의 이중성에 따라 이중적이다. 근원어는 낱개의 말이 아니고 짝말이다. 근원어의 하나는 ‘나-너’라는 짝말이다. 또 하나의 근원어는 ‘나-그것’이라는 짝말이다. ‘너’라고 말할 때는 짝말 ‘나-너’의 ‘나’도 함께 말해진다. 근원어 ‘나-너’는 온 존재를 기울여서만 말할 수 있다.”
부버는 ‘나’ 그 자체란 없으며 오직 ‘나-너’ 사이의 ‘나’ 아니면 ‘나-그것’ 사이의 ‘나’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본질적인 관계, 다시 말해 온 존재를 다해 만나는 관계는 ‘나와 너’의 관계다. 풀어 쓰면, ‘나와 너’의 관계는 ‘사랑의 관계’다. 사랑할 때 나는 너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너 안에서만 ‘나’가 된다. “‘나’는 너로 인하여 ‘나’가 된다. ‘나’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이 멀어지면, ‘너’는 ‘그것’으로, 바꿔 말하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로 바뀐다. 온 존재를 기울여 만날 필요가 없는, 수없이 많은 그것들 가운데 하나가 되고 마는 것이다.
부버는 참된 삶은 나와 너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며, 그것이야말로 ‘은혜’라고 말한다. 이 만남의 형이상학에서 출발해 그는 철학 전반을 반성하는 뒷날의 <인간의 문제>로 나아간다.
고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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