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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목로주점 사색(85) - 메데아, 그리고 칼라스

걷는 즐거움 2008. 2. 16. 13:58

메데아는 그리스 신화에서의 지아조네(이아손)의 아내이다.

또한 그녀는 마법사이기도 하여 지아조네가 황금 양가죽을 탈취하도록 도와주고 왕이 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마법으로 제거한다. (그 과정에서 지아조네의 숙부를 삶아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메데아의 잔인함에 정이 떨어진 지아조네는 코린토왕의 딸인 크레우사를 새 아내로 맞이한다. 

 

나는 죽도록 그를 도와 주었건만 그는 이제 내 곁을 떠나려 하는가?

나를 그토록 이용하고 이제 떠난다는 말인가? 

 

복수심과 질투에 치를 떠는 메데아는 크레우사를 산채로 불태워 죽인다.

그래도 지아조네에 대한 복수심을 감당 할 수 없는 메데아는 지아조네와 자신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을 단도로 찔러 죽인다.

 

이런 메데아를 그림으로 그린 사람으론 외젠 드라크루아가 있고

오페라화 한 사람은 루이지 케루비니이며 영화로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가 마리아 칼라스를 주연으로 하여 만들었다. 마리아 칼라스는 또한 케루비니의 이 오페라를 死藏의 무덤에서 꺼낸 사람이기도 하다.

 

드라크루아의 그림<격노한 메데아>를 보며 나는 또한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케루비니의 오페라<메데아>를 듣는다. 마리아 칼라스의 절규는 외젠 드라크루아의 그림과 완벽하게 조응하고 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어머니 메데아는 왼손에 단도를 잡아 쥐고 오른 손으로는 어린 두 아들을 틀어안고 있다. 포근했던 어머니의 팔은 그러나 지금 강철과 같이 차갑고 견고한 수갑이다. 검은 머리카락의 아들은 어머니 메데아를 닮았고 금빛 머리칼의 아들은 아버지 지아조네를 닮았다. 오렌지색 젖꼭지의 젖가슴은 젖을 먹이며 키우던 부드럽고 아늑한 젖가슴 역시 아니다. 그것은 청동 방패와 같이 딱딱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이물질이다. 두 아들은 그 청동 방패 같이 금속성 나는 젖가슴에 묻혀 절망적인 숨을 할딱이고 있다.

 

어머니 메데아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닮은 검은 머리카락의 아들이 어머니의 단도를 바라보며 공포에 질려있다. 아버지 지아조네를 닮은 금빛 머리카락의 아들은 절망적으로 버둥거리지만 한 편으론 아버지가 구해 주리라는 믿음도 간신히 붙들고 있다.  어머니가 자신들을 죽이려하는 데에  충격에 휩싸여 있기도 하지만 설마 죽이기야 하랴? 하는 의심 또한 아직 버리지 않아 그림속 아이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어머니가 두 아들을 죽이랴?

 

어머니 메데아의 눈동자에 동굴의 그늘이 져 있다.

검고 긴 머릿 카락은 미친 듯이 흩날리고 어머니의 눈동자는 살인의 광기에 젖어 있기도 하고 또한 남편 지아조네의 사랑을 마지막까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 순간의 여자는 어머니이기보다 여자이다. 아들이라는 인질을 잡고 있는 파탄의 여자이다. 여자는 결국 두 아들을 단도로 찔러 죽인다.

어머니이기 보다는 여자의 감정에 더욱 충실한것이다.

 

세계오페라史의 뒷 창고에서 잠들고 있던 케루비니의 오페라<메데아>를 세상에 꺼낸 사람은 마리아 칼라스였다. 그리고 여자의 광기에 철저하게 사로잡힌 메데아를 칼라스만큼 비극적으로 부른 사람은 아직 없다.

異說에 의하면 오나시스와 칼라스 사이에 딸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딸은 낳자마자 죽었다고 하며 파리 근교에 묻혔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러나 만약 그 딸이 있었다면- 그래서 오나시스가 재키에게 갔을 때, 질투와 복수심에 가득찬 칼라스는 메데아처럼 극단의 복수인 근친살해를 했을 지도 모른다는 허황된 가정을 해본다. 전혀 허황된 가정이지만 그 만큼 칼라스는 특이하고 파격적이며 가공할 에너지를 가진 인물이었다.

칼라스는 오페라 메데아를 세상에 다시 낳았고 (데려 왔고) 죽으며 다시 데려갔다. 

 

어머니가, 혹은 아버지가 자식들을 찔러 죽이는 근친살해는 신화 속 이야기도 오페라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만은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신화가 발생한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사람은 그렇게 미친 피를 神에게서 받아왔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더러는 여자는 강하고 어머니는 약하기도 한다

드라크루아의 그림과 칼라스의 메데아를 듣는 이 순간 겨울 오후의 햇살이 창백하다.

 

출처 - 동아 사랑방 살며사랑하며

          위의 글은 인생의 진실한 지성의 벗

          목로주점 그의 순수한 사색이며 글임을 밝힙니다 

출처 : 붓꽃의 작은 오솔길
글쓴이 : 붓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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